뮤지컬 [통속 사랑극 - 내 사랑 수인아]
(각본 : 김희재)
각본 : 김희재 작가 (저작 : 영화 ‘실미도’, ‘공공의적2’, ‘한반도’ 등 다수 시나리오 제작)
* 2006년 경 김희재씨가 수서교회 청년부 공연을 위해 직접 작성한 성극대본입니다. 웬만한 부분은 수정할 필요가 없을 만큼 전문가적 손길이 느껴집니다. 이곳에 올리는 것에 대해 별도의 허락을 구하지 못했지만(연락처 모름), 너무 좋은 극이 한 번의 공연으로 끝나는 것이 안타깝고, 비상업적 공연에 대해서는 작가 본인께서도 허락해주시리라 믿기에 올려봅니다.
①opening (이루마 - maybe)
막이 열리고 조명이 들어오면
객석 오른 쪽에 서서 관중을 향해 인사하는 해설자.
해설자“안녕하세요, 여러분. 안산제일교회 고등부 문학의밤행사에 오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라고 말한다고 해서 제가 진심으로 여러분을 환영하는지 그렇지 않은 지 여러분이 알 수 있을까요? 사람의 진심을 안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나 남녀간의 연애 사건에서는 이것이 더욱 중요하고, 더욱 의심스러우면서 동시에 더욱 헷갈리는 일이죠. 오늘 제가 여러분께 보여드릴 뮤지컬은 진심어린 사랑에 대한 적나라하고, 원초적이며, 너무나 익숙한 통속 사랑극입니다. 왜요? 안 믿어지시나요? 교회 행사에 통속 사랑극이라니? 자, 안 믿어지신다면, 그 마음 그대로 한 번 즐겨보십시오. 교회 행사에 나타난, 성극이 절대 아닌 통속 사랑극, 내 사랑 수인아의 막을 올립니다.” (배경음악 사라짐)
조명이 바뀌며 무대 한쪽에 나타난 수인의 방. 간단한 장식물이나 소도구, 혹은 대도구를 이용해 여자의 방임을 드러내 준다.
예쁘고 매력적인 20대의 여자 수인이 객석을 향해 서서 몸치장을 하고 있다.
자기 방 벽의 거울을 보고 몸을 가볍게 흔들며 옷을 입고, 귀걸이를 하고, 화장을 고치는 중이다.
수인“(s-oil C.M.송, 반주는 없음) 요즘은 왜 이리 잘나가는 걸까
나는야 매력만점 최수인
(더욱 과격하게 몸을 흔들며) 수인- 수인-수인- 수인 최수인-
최수인이니까~~! 이예~!“
수인은 계속 노래를 흥얼거리며 다양한 춤을 선보이는데 엄마가 들어온다.
엄마“(의자에 걸터앉으며) 또 미팅이야?”
수인“예스!”
엄마“맨날 만나고 돌아댕기지만 말구 좀 하나 잡어봐.”
수인“엄마는, 내가 벌써 잡히면 어떡해.”
엄마“이리 재구 저리 재봐야 남자 다 거기서 거기지, 뭐. 별 거 있어?”
수인“별 거 있지~~! 별 거 있어야지, 엄마는. (핸드백을 집어들고 나가며) 나, 간다, 엄마!”
엄마“(나가는 수인을 보며) 일찍 들어오지 마! 알았어?!”
수인 후다닥 무대 밖으로 나가며 손을 흔들고.
엄마“(수인이 널어놓은 옷가지를 주섬주섬 챙기며) 미팅을 천 번 하구, 연애를 백 번 하면 뭐 하나. 임자를 만나야지.”
조명이 꺼지고, 무대에 카페가 차려지는 동안 한쪽으로 나타나는 해설자.
해설자“네, 우리의 주인공 최수인양은 지금 여러분이 보시는 대로 일찍이 여덟 살 때 짝꿍부터 시작해서 스물일곱 살 오늘에 이르도록 무수한 남자들과 교제를 하며 남자들을 교체해온 아가씨입니다. 그랬던 그녀가, 통속 사랑극이 늘 그렇듯 운명의 남자를 만납니다. 왜 이렇게 쉽게 만나느냐구요? (객석을 향해 느끼한 윙크를 날리며) 말했잖아요. 이건 통속 사랑극이라구.”
무대 밝아지면 어느새 카페로 바뀌어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다.(②배경음악 : 류이치사카모토 메리크리스마스) 해설자는 내려가지 않고 무대 한 쪽에 계속 서 있다.
해설자“(무대 좌우에서 나타나는 원영과 수인을 보며) 네, 두 사람이 카페로 들어 오는군요. 둘은 아마 처음에 탐색전을..”
해설자가 미처 말을 끝내기 전에 서로에게 느낌이 팍 오는 듯 강렬히 바라보는 두 사람.
그러더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선다.
해설자“(약간 당황한 듯이) 하하하, 탐색할 것도 없이 서로에게 삘- 팍 온 것 같죠?”
다가선 두 사람, 냉큼 두 손을 마주 잡고
해설자“(더 당황한 듯) 하하, 하...삘 정도가 아니라 단번에..”
원영과 수인, 거의 죽고 못 살 것 같은 분위기로 강렬히 바라본다. (배경음악 사라짐)
해설자“어이, 어이. 이봐, 아무리 통속 사랑극이라지만 좀 순서를 밟아서...”
원영“(해설자의 말을 끊으며) 사랑합니다.”
해설자“(고개를 팍 숙이며) 미치겠군. (시비를 걸 듯) 왜? 노래라도 부르지.”
원영, 기다렸다는 듯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사랑합니다, 나의 하나님’ 멜로디이다.(③사랑합니다 나의예수님 반주 시작)
원영“(수인의 손을 놓고 무대 앞쪽으로 나오며) 사랑합니다, 나의 수인씨~~”
수인“(꿈꾸듯이) 얼만큼요?”
원영“(노래로) 사랑합니다, 아주 많이요.”
수인“정말요?”
원영“(노래로) 사랑합니다, 나의 수인씨”
수인“나두요!”
원영“사랑합니다, 그것 뿐예요.”
둘의 듀엣이 이어진다.
사랑해요, 수인씨/ /사랑해요 원영씨
사랑해요 우리 둘 사랑해요 영원까지~~
각자 떨어져서 노래하던 두 사람, 마지막 소절을 부르며 점차 가까워진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두 손을 꼭 마주 잡는다.
원영/ 수인“사랑해요!”
해설자“(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하하하, 네, 어쨌건 그래서 이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 것입니다. 사랑에 빠진 여자 최수인. 그녀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변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사랑 중심으로 생각하고, 사랑 중심으로 살기 시작한 거죠. (관객중 누군가를 가리키고 느끼하게 웃으며) 언니, 왜 처음 듣는 얘기처럼 듣고 있어? 우리 모두 다 해봤잖아. 사랑에 빠지면 온 우주가 사랑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는 것. 그녀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보실까요?”
해설자가 해설하는 사이 원영은 들어가고 카페에는 수인과 친구1이 앉아있다.
친구1“(사진 한 장을 내놓으며) 그러니까 일단 보라구. 아니, 사실 볼 거는 없구, 들어봐. 얘네 아버지가 가진 빌딩이 테헤란 로에 하나, 수서역 4거리에 하나, 일원동 삼성병원 딱 길 건너에 하나, 동부 이촌동에 아파트가 둘, 여의도에 세 개래.”
수인“됐어. 지 아버지 빌딩 가진 게 뭐..”
친구1“(수인을 가볍게 때리며) 얘, 얘, 얘! 언니가 대책 없이 말하니? 얘가 그런 집 외아들이잖아!”
수인“(조금 관심 보이며) 외아들?”
친구1“아버지 재작년에 칠순 잔치 하시고”
수인“어머, 왜 그렇게 연세가 많으셔?”
친구1“50 넘어 본 늦둥이. 어때? 감이 딱 오지? (핸드폰 꺼내며) 너 이런 애가 길거리에서 너 한 번 보구 홀딱 반했다 그러면 (버튼 누르며) 내일 저녁 오케이?”
그 때, 수인의 핸드폰이 울리고.(④휴대폰 벨소리)
수인“(핸드폰 받으며) 어, 자기야~~! 나? 친구 만나구 있어. 아냐~~ 자기 내가 재미있는 거 얘기해줄까? 내 친구 ** 알지? (친구1을 힐끗 보며) 걔가 나보구 소개팅 하래.”
기겁을 하며 손을 휘휘 저어 보이는 친구1.
수인“(재미있다는 듯) 돈 많대! 나? 난 자기 있는데 돈이 뭐 필요해?”
친구1, 기막혀 하고
수인“그러엄. 아냐. 난 정말정말정말 자기만 있으면 돼. 진짜야. 웅- 사랑해~~!”
별꼴을 다 보겠다는 듯 아래위로 흘기다가 손부채질을 하며 나가는 친구1.
해설자“(무대 한쪽에서 객석을 향해) 네, 그렇습니다.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 원영만 있으면 돈도 필요 없다고 했습니다. 돈 뿐이었을까요? 사실 그녀는 곱상한 외모와 달리 술을 아주 즐겨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어떻게 변했는지 보시겠습니까?”
걸쭉한 목소리의 남자친구2가 수인과 마주 앉아있다.
친구2“(술잔을 텅- 호기롭게 내려놓으며) 오케이, 최수인! 오늘 죽는 거야, 아자!”
수인“(애매하게 웃으며) 우리 자기가....나 술 마시는 거 좀 싫어해.”
친구2“야, 최수인, 뭔 소리야? 아, 오늘 맥주 안 땡겨? 그럼 폭탄주로 돌려? (뒤쪽을 향해 손가락을 튕기며) 아줌마, 여기 쏘주! 진작 말을 하지. 초저녁부터 쎄게 나오는데(술잔을 높이 들며 노래) 오호, 주인! 채우소서! 나의 잔을 높이 듭니다!”
수인“아, 아니야. 진짜야. 나 술 끊었어.”
친구2“(웃으며) 하하하하, 최수인이 술을 끊어? (개그 흉내를 내며) 수인이가 수인이 다워야 수인이지! 최수인이가 술을 끊으면 그것이 최수인입니까? (일어서며) 알았어, 알았어. 니가 이 오라버니의 화려한 칵테일이 그립구나.”
경쾌한 음악과 더불어 칵테일 쇼를 펼치는 친구2 (*고강도 연습요망) [댄스1]
멋진 칵테일을 만들어 수인 앞에 내려놓는 친구2.
갈등하듯이 바라보는 수인.
수인“(일어서며) 미안. 난 우리 원영씨 싫어하는 거 하기 싫어.”
친구2“야, 수인아! 수인아!”
이후 수인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저런 제안을 하는 모습이 마임으로 보여지고 (스타가 되고싶음 연락해~ 삽입)
그런 사람들의 손길을 뿌리치는 수인이 무대를 한바퀴 도는 동안 해설자의 해설이 이뤄진다.
해설자“원영을 만난 이후, 그녀는 정말 사람이 바뀌었습니다. 사실 그녀는 예쁘장한 외모 덕에 연예계 진출을 꿈꾸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마침내 그녀에게 기회가 왔지만, 연예 기획사에서 남친이 있다는 걸 감추자고 하자, 그녀는 그것도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그녀는 원영이를 사랑했고, 그랬기 때문에 원영이가 기뻐할 일만을 골라 했습니다.”
사람들을 물리치고 나가는 수인.
무대 끝에 서있는 원영.
감격스럽게 원영을 향해 달려가는 수인.
해설자“매일매일 원영이를 만났고, 원영이와 한 약속을 어긴 적이 없었습니다. 두 사람의 모습은 그야말로 재수 없는 수준의 닭살이었습니다.”
*수인과 원영의 사랑의 듀엣 ⑤마음의 이야기(노래 2분30초) [감미로운 댄스 검토]
두 사람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 나오는 해설자.
해설자“처음부터 제가 말씀 드렸죠? 이 뮤지컬이 뭐라구요? 네 그렇습니다. 통속 사랑극입니다. 통속 사랑극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 뭔지 아십니까? 그렇죠, 바로 삼각관계입니다. 절대로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던 우리의 수인이. 돈도, 명예도, 술과 다른 즐거움도 다 뿌리쳤던 우리의 수인이. 그런 그녀를 뒤흔들어 놓는 한 남자가 나타났습니다. 돈과 명예와 즐거움을...몽땅 갖춘 남자였습니다.”
해설자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화려한 음악과 더불어 춤을 추며 나타나는 이중. [댄스]
친구1,2,3과 엄마까지 무대 위로 나타나 이중의 춤에 열광하고
이중, 살사나 탱고 같은 춤을 추면서 돈을 마구 흩뿌린다.(whenever wherever,objection살사노래)샤키라노래입니다.
원영과 서있던 수인의 시선이 조금씩 이중을 향해 움직이고
이중, 멋진 스탶으로 수인을 향해 다가간다.
그러더니 수인의 손을 잡아끄는데
수인“(원영의 눈치를 보며) 아니, 저기 나는 좀...이런 거를..”이중“(느끼하게) 싫어해?”수인“(그 시선에 녹아나듯) 싫어한다기보다..”
이중“(수인을 확 끌어서 허리를 감싸 안으며)난 니가 아주 마음에 드는데.”
수인“(허리가 휙 휘어지며) 나도.. 대략 좋아하지.”
원영“수인아!”
그러나 이중이 수인을 리드하여 화려한 춤으로 무대 중앙을 향해 나간다.
엄청난 조명과 음악 속에 두 사람의 화려한 춤이 지나가고.
박수 속에서 이중의 품에 안겨 있는 수인.
가운데로 해설자가 나오며 왼쪽은 원영의 공간, 오른 쪽은 수인과 이중의 공간이 된다.
해설자“돈과 명예와 섹시함까지 갖춘 그 남자. 선 이중. 그를 만난 순간부터 수인이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습니다. 원영이가 주던 편안함과 사랑스러움과는 전혀 다른, 그 뭐랄까 치명적인 매력과 위험한 유혹에 빠져들게 된 거죠. 수인이는 원영이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일이 늘어갔습니다.”
어둑한 조명 속, 의자에 앉아있는 수인.
전화벨이 울리고 수인이 받으면(④휴대폰 벨소리)
왼쪽 원영에게도 조명이 비춰진다.
수인“(목소리를 낮춰) 여보...세요?”
원영“(다급하게) 수인아!”
수인“어....자기야...”
원영“너 어디야? 왜 이렇게 연락이 안돼? 내 문자 못 봤어?”
수인“어...미안.”
원영“아냐, 됐어. 지금 어디니? 내가 데리러 갈게.”
수인“(당황하며)아, 아니야. 오지 마. 아무래도 오늘 내가 약속..”
그러는데 수인 뒤편에서 나타나는 이중.
수인 전화를 확 끊어버리고.
원영“수인아! 수인아!”
이중, 살피듯이 수인을 보며 수인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훑고, 천천히 수인 주변을 돈다.
조금 겁먹은 듯한 수인.
수인“왜....요?”
말없이 수인을 보다가 손가락으로 수인의 턱을 끌어 올리는 이중.
놀라는 수인.
이중“(의자에 한 다리를 올려놓고 수인을 보며) 나만 봐.”
수인“(억지로 웃으며) 무슨...왜?”
이중“(수인에게 눈을 맞춘 채로 수인의 핸드폰을 휙 뺏으며) 나만 믿고, 나만 보고, 나만 따라오면 돼.”
그러더니 휙 핸드폰을 던져버리는 이중.
수인“(손을 뻗으며) 안돼!”
이중“(그 손까지 잡으며) 안 될 것 없어. 니가 내 손을 잡는 순간, 원영이같은 덜 떨어지고, 지루하고, 매력 없는 놈은 영원히 아웃되는 거야.”
그러더니 마치 키스라도 할 듯 가까워지는 이중.
조명 꺼지고.
해설자가 중앙으로 나선다.
해설자“네, 원영이가 덜 떨어지고, 지루하고, 매력 없는 놈으로 보이는 건....좀...심한 진실에 가깝습니다만...그래도 이 덜 떨어지고, 지루하고, 매력 없는 원영이는 절대 수인이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핸드폰조차 꺼버린 그녀를 찾아 밤낮없이 헤매고 다녔습니다.”
‘⑥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를 배경 음악으로 신파처럼 슬로우 모션으로 찾아다니는 원영. 원영 앞으로는 그간 나왔던 모든 사람들이 엑스트라로 지나가고, 신파극처럼 과장된 몸짓으로 수인이를 묻고, 모른다고 뿌리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무대를 한바퀴 돌고난 원영, 중앙으로 나오면서 처절한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⑦포기하지 않으리)(‘주님은’ -> ‘나는’으로 개사) (혹은 포지션의 ‘너에게’ 적절하게 개사)
그러면서 무릎 꿇고 앉는 원영.
수인아..수인아...흐느낌처럼 수인이를 부르며 쓰러지는 원영.
해설자“(그런 수인 옆으로 다가와 서며) 네...원영이가 발이 부르트도록, 통화요금 30만원이 넘도록 수인이를 찾아다니는 동안 수인이는 잘 먹고 잘 살았느냐구요? 네 처음엔 그랬습니다. 이중이가 주는 즐거움에 온몸을 던지며 밤낮없이 즐겼습니다. 그러나 쾌락이란 게 그렇지요. 좀 더 강한 자극이 주어지지 않는 한 계속 즐거울 수 없는 것 아닙니까? 좀 더 강하게, 좀 더 세게 즐겁기 위해 헤매던 그녀는 점차 지쳐갔고, 피폐해져 갔습니다. ”
해설자의 부축을 받아 원영이가 무대 밖으로 나가고.
반대편에서 술병을 든 수인이가 비틀비틀 걸어 들어온다.
‘사랑밖엔 난 몰라’ 정도의 트롯을 흥얼흥얼거리고 있다.
의자에 털썩 앉더니 병나발을 부는 수인.
반대편에서 나타나는 이중.
이중“(조금 떨어진 의자에 앉아 거만한 자세로) 오호..오늘도 영락없이 술에 취하셨군.”
수인“시끄러워.”
이중“허쭈. 제법.”
수인“(깊은 한숨을 쉬며) 이건....아니야.”
이중“아니긴 뭘 아냐.”
수인“(병을 휙 집어 던지며) 이건 아니라구!”
이중“(벌떡 일어서며 손을 번쩍 들고) 이게 어디서 감히!”
수인“(이중을 보며) 니가 날 망쳤어!”
이중“(피식 웃으며 손을 내리고) 웃기지 마. 넌 원래 이정도 인간이야.”
수인“아니야!”
이중“맞아!”
수인“난...난...원영씨랑 있을 때 난 이렇지 않았어.”
이중의 노래 - ⑧밑바닥에서OST(악보 없으므로 피아노 반주로 진행할 것)- 밑바닥에서(개사) 욕망에 사로잡힌 자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란 내용의 파워풀한 노래로. 그 사이사이 처절하고 가련하게 부인하는 수인의 노래가 병행되고.
노래가 끝날 때 쯤, 수인은 바닥에 주저앉는다.
이중“잊지 마. 그 놈 손을 놓고 내 손을 잡은 건 너야! 넌 절대 내 손을 벗어날 수 없어.”
수인“(무릎걸음으로 다가가 이중에게 매달리며) 나...난 너와 있는 게 더 이상 행복하지 않아. 날 보내줘.”
이중“행복?! 내가 언제 너한테 행복을 약속했어?”
수인“날 즐겁게 해주겠다고 했잖아!”
이중“즐겁게 해주겠다고 했지, 기쁘게 해주겠다고 하지 않았어! 행복은...즐거운 게 아니라 기쁜 상태에서 오는 거야. 넌 기쁜 것보다 즐거운 걸 택했어. (수인을 뿌리치며) 처박혀 있어. 니가 날 벗어나겠다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될 거야.”
수인“(조금 겁에 질려) 어떤...대가..?”
이중“목숨.”
수인“뭐?”
이중“날 벗어나겠다고만 해봐. 죽여 버리겠어!”
그러더니 나가버리는 이중.
쾅 문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철컥철컥 문을 잠그는 효과음이 들린다.
쫓아간 수인, 문이 있는 거처럼 허공을 두드리며 울부짖는다.
수인의 노래 (⑨수인의 노래), MR없으므로 피아노반주 진행 (첨부 악보)
노래를 하며 허공에 밧줄을 매고 의자 위에 올라가는 수인.
수인“미안해...원영아....난 지쳤어...사는 게 너무 힘이 들어....미안해...”
그 때 쾅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이중.
이중“(뒤를 돌아보며) 저 미친놈이 여기를...어떻게 알고...?!”
그러면서 미친 듯이 의자와 구석구석을 뒤지는 이중.
그러더니 총을 찾아낸다.
수인이 놀라는 사이 뛰어 들어오는 원영.
수인“원영아!”
이중“(총을 들고 수인을 휘어 감으며) 가까이 오지 마! 죽여버리겠어!”
원영“수인아!”
수인“(겁에 질려)워...원영아.”
이중“(광기어린 웃음을 지으며)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어. 이 여잔 나한테서 벗어나지 못해.”
원영“아니야, 수인아. 넌 할 수 있어. 넌 나를 사랑하잖아.”
수인“사랑해..”
이중“(수인의 관자노리에 총구를 들이대고) 웃기지 마! 넌 나도 사랑한다고 했잖아!”
수인“착각이었어! (울먹이며) 원영아...미안해...그냥 가.”
원영“널 두고 어떻게 가.”
이중“(킬킬거리며) 잘 아네. 날 벗어나려다간 죽을 거야.”
원영“죽여? 누가 누굴!"
이중“이 여잔 내 거야! 내 맘대로 할 거야!”
원영“니가 내 앞에서 수인이를 죽여?!”
이중“왜?! 니가 대신 죽을래?”
원영“내가 죽으면... ”
수인“미쳤어?!”
원영“날 죽이고...수인이 놔 줄래?”
이중“미친 놈...너 미친 거 아냐? 이 여잔 가치가 없어.”
원영“내 여자 가치를 니가 말하지 마!”(배경음악 : 사랑없는 날 시작)
수인“원영아....”
원영“날 죽여...그리고 수인이 보내줘.”
이중“장난하지 마.”
원영“(천천히 다가가며) 사랑하는 사람 목숨 놓고 장난하는 놈 봤어?”
수인“안돼....하지 마...원영아...”
원영“(수인에게 눈을 맞춘 채로 다가가며) 행복해야 돼. 니가 행복하면...돼....내가 죽더라도...니가 행복하면....”
수인“안돼....아니야...원영아...”
다가선 원영이 손을 뻗고
수인이 자석에 이끌린 듯 손을 뻗어 그 손을 잡고.
원영이 천천히 잡아당기면
원영에게 안기는 수인.
이중“(총을 장전하며) 늬들이 진짜 겁대가리가 없구나..!”
수인이를 등 뒤로 돌려 세우는 원영.
노래 중간, 이중이 총을 쏘고 천천히 쓰러지면서 노래하는 원영.(총소리는 드럼으로 효과음)
노래가 끝나갈 즈음 수인이 그 노래를 받아 고백하고.
노래가 끝나며 마지막으로 말하는 원영
원영“사랑해 수인아.”
절규하는 수인.
조명이 꺼지고 해설자가 등장한다.
해설자“자, 어떻습니까? 제대로 통속 사랑극이죠? 마음에 드셨습니까? 그럼 안녕히 돌아가십시오.”
인사하는 해설자.
그리고 들어가다가 멈칫 돌아선다.
해설자“왜요? 뭔가 이상합니까? 그래도 마지막엔 뭐 찬송가나 교회 지붕이라도 좀 나오는 거 아닐까 생각하셨습니까? 아닙니다. 이건 정말...인류에서 가장 오래 되고 가장 진부하고, 가장....징그러운 사랑 이야기일 뿐입니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굳이....교회 행사에 맞춰 이야기를 풀어보자면...원영이란 이 친구...원영...원영, 원영, 원영....영원...큭큭 영원히 우리를 사랑하겠다고, 목숨을 버린 예수님하고 좀 닮은 구석이 있습니다.
(극 종료)
이후 부분은 김희재 작가의 원본상에 들어있는 내용으로 해설자가 극 설명을 상세히 해주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너무 친절한 해석이 자칫 극적효과를 반감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이후 대본을 계속 진행할지 여부는 각팀에서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 이후부터 해설자의 멘트에 따라 마치 영화의 플래쉬 백처럼 앞 부분 장면이 무성으로 재연된다.
정지 화면처럼 정지 동작으로 임팩트 있는 한 장면이 재연돼도 좋다.
필요한 경우, 해설자의 멘트 사이사이에 등장인물들의 노래 한 구절이나 대사 한 두 마디가 들어가도 효과적이다.
해설자“처음부터 수인이를 사랑했고, 수인이를 가장 잘 알았고,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고, 목숨을 던지면서까지 수인이의 행복과 생명을 지켜주었던 사랑은...네 어딘지 예수님과 좀 닮았죠.
이중. 이 친구 ...선 이중. 이중적이죠. 네, 이 친구 생긴 거나 하는 짓이나 아주 이중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 사탄과 닮았습니다. 처음엔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만...우리가 사로잡히는 순간 우리를 파멸에 몰아넣는...에이 그것 봐요. 이렇게 풀기 시작하니까 재미없어질라 그러잖아요. 그래도 뭐 이왕 시작한 거니까...수인...이 이름은...(무대 뒤쪽을 보며) 이건 뭐야? 무슨 의미야? 뭐?...아...그게 그런 뜻이야? 난 한문에 약하거든. 좀 써서 줘봐.”
무대 뒤편에서 囚人이라고 쓰인 큰 팻말을 받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