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분의 손>
등장인물 : 윤미, 엘리야, 친구1, 친구2, 걸인
제1막
오프닝 음향 후 곧바로 지하철역 음향이 나온다. 윤미와 친구1, 2 무대에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서 있다. 지하철 음향 작아지며 지하철 움직임에 맞춰 몸을 흔들거리는 세 사람.
잠시 후 썬그라스를 쓴 행색이 남루한 걸인이 바구니를 들고 라디오를 꿰어 찬 채 지팡이를 더듬거리며 등장한다. 라디오에서는 찬송가가 흘러나온다.
윤미는 걸인을 보자마자 가까이 다가가서 관심을 보인다. 이에 반해 애써 외면하려는 두 친구. 윤미는 주머니를 뒤적거려 동전을 꺼내어 그 중 몇 개만 넣으려다 잠깐 고민한 후 손에 있는 것을 모두 걸인의 바구니에 집어 넣는다. 걸인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표시한다. 걸인이 사라진 후.
친구1 : 야, 오윤미. 너 지금 저 사람한테 돈 줬냐?
윤미 : 응.
친구2 : 야이 바보야. 저사람 가짜야.
윤미 : 하지만...... 도와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거절하니?
친구1 : 멀쩡한 거지 도와줄 돈 있으면 아프리카에 굶는 애들이나 도와줘라.
윤미 : (의기소침하게) 또 예수님은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그분에게 한 것이라고 가르쳐 주셨거든.
친구1,2 : (한목소리로) 우왕~.. 굳! 너 교회 다니냐?
윤미 : 나 얼마 전에 예수님 열심히 믿기로 맘먹고 세례까지 받았단 말이야.
친구1 : (비웃는 말투로) 그래, 하나님은 만나 봤냐?
윤미 : 예수님은 나와 너희들의 죄를 대신해서 십자가를 지셨어. 얘들아, 우리 같이 교회 나가자.
친구2 : 뭐, 예수님이 우리 죄를 대신해서 십자가를 지셨다고?
친구1 : 이런 놀라울 데가! 이런 감사한 일이!
친구1,2 : (윤미의 손을 잡으며) 그래 우리 함께 교회 가자!!
곧바로 두 친구 윤미가 휘청거릴 정도로 윤미의 순을 뿌리친다.
친구1,2 : 이럴 줄 알았냐?
친구1 : (관객들을 향해 큰소리로) 하나님이 어디 있냐? 하나님이 있으면 아까 그 거지는 왜 안 구해주니? 아니 그것보다 아프리카에서 굶어 죽는 아이들은 왜 안구해주냐? 지구상에 수없이 벌어지는 전쟁들은 왜 못 그치게 하냐?
친구2 : 야, 너 아까 그 거지에게 돈 준 것도 예수님이 그렇게 하면 복 준다고 하니까 복 받으려고 준거지? 결국 니 스스로 만족을 느끼기 위해 한 행동이잖아?
친구1 : 윤미야, 그깟 종교에 휩쓸려서 인생 낭비하지 말고, 우리처럼 열심히 득템이나 해라. 이히히.
조명 어두워지고 친구1,2 동작 정지. 윤미에게 핀조명
윤미 : 하나님~ 하나님, 어디 계세요? 이럴 때마다 하나님이 지금 당장 나타나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요. 하지만 수도 없이 예배를 드려왔는데도 하나님은 한 번도 나타나지 않으셨어요. 세례를 받고 난 뒤에도 여전히 안 오시네요. 제발, 제발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저에게 모습을 보여주세요. 아니, 그게 힘드시면 음성이라도 들려 주세요. 제가 죄가 너무 많아서 안 나타나 주시는 건가요?
그리고 하나님, 저 멀리 아프리카에서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은 왜 안 구해주시는 거예요? 왜 지구상에서 전쟁을 없애 주시진 않는 거예요. 왜 기적을 아끼세요?
이럴 때는 꼭 하나님이 안 계신 것 같습니다. 감사함도 소망도 사라지고 제 마음이 텅 빈 것 같습니다.
윤미 고개를 떨군다.
제2막
신#1
무대 가운데 엘리야가 서 있다. 조명은 어두우며 엘리야에게만 조명
엘리야의 의상은 고전적인 의상에 머리에는 고전적인 모자를 쓰고 있다.
엘리야의 독백 가운데 화면에는 엘리야의 승리장면이 나온다.
힘찬 음악과 함께 열왕기상 18:37-40까지의 말씀을 엘리야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들려준다.
음악 멈추고 조명 어두워지고 엘리야 등장. 엘리야에게 조명
엘리야 : (힘겨운 표정으로) 저는 바로 어제 바알과 아세라 선지자 850명을 대적하여 큰 승리를 거둔 엘리야 선지자입니다. 그 기쁨은 이루 말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전 이세벨 왕비가 저를 죽이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독하고 악한 여인을 생각하니 소름이 끼칩니다. (승리 장면 꺼짐)(엘리야, 하늘을 바라보며) 오 하나님, 어제의 그 기쁨과 확신은 다 사라지고 지금 저에겐 불안과 두려움만 있습니다. 아, 하나님, 도대체 저와 함께 하시는지요? (울먹이며) 이런 불안 속에 사느니... (비장하게) 하나님! 차라리 제 생명을 취하옵소서... 정말이지 죽고만 싶습니다!!
엘리야 고개를 숙이고 퇴장한다.
조명 어두워짐.
신#2
이 신은 영상이다. (예수께서 고난 당하시는 영상을 상영한다. 패션오브크라이스트의 한 장면도 괜찮다.)
제3막
조명 밝아지고 무대 가운데 윤미가 벤치에 심란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잠시후 등장하는 엘리야, 힙합스타일의 의상과 두건을 쓰고 있다. 수염이 나있다.
엘리야는 윤미가 앉아 있는 벤치를 빙글빙글 돌다 윤미 곁에 슬그머니 앉는다.
엘리야를 한 번 보고 다시 무기력하게 고개를 돌리는 윤미
엘리야 : 윤미야?
윤미 : (깜짝놀라며) 어 어떻게 제 이름을 아세요? 누구시죠?
엘리야 : 나는 엘리야 선지자다.
윤미 : 예? (잠시 엘리야를 바라보다 손가락을 머리 옆에서 빙빙 돌린다)
엘리야 : 이 근처를 지나가다가 윤미가 너무 괴로워하는 것 같아 이야기 좀 나누려고 왔다.
윤미 : 아이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엘리야가 언제적 사람인데...
엘리야 : 헛헛헛, 내 그럴 줄 알고 인증샷을 준비했다. 자 보거라 인증샷!(스크린에 엘리야 인증샷이 뜬다. 바알선지자들을 밟고 있는 사진, 아합왕의 인장이 찍혀 있다.)
윤미 : 아 그렇군요... 그런데 옷이 왜 그러세요?
엘리야 : 이거? (자랑스럽게) 네가 놀랄까봐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신경좀 썼다.
윤미 : 그것 때문에 더 놀랐거든요! 그리고 두건은 이게 뭐예요? 너무 안어울려요. (엘리야의 두건을 만지자 엘리야의 두건이 벗겨진다. 드러나는 엘리야의 대머리)
두 사람 얼어붙는다.
윤미 : 죄송해요(엘리야의 두건을 씌워준다)
엘리야 : 험험, (잠시 침묵 하다 조심스럽게) 윤미야, 요즘 무슨 괴로운 일 있니?
윤미 : (고민하다) 네... 제가 너무 모자란 크리스천인 것 같아서 괴로워요.
엘리야 : 허허...
윤미 : 어, 농담이 아니예요. 전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한 후에도 믿음이 약해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예요. 걸핏하면 죄책감에 빠지고 우울해하고... 예배시간도 별로 기쁘지 않고 감사함도 잘 못 느껴요. 어떤 때는 하나님이 안 계시는 것처럼 생각될 때도 있어요.
엘리야 : (단호하게) 우울한 마음과 상한 감정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란다.
윤미 : 네?
엘리야 : 나도 너처럼 굉장히 우울해진 적이 있었지. 얼마나 우울했냐하면... 죽고 싶을 정도였다.
윤미 : (놀라며) 예? 당신은 하나님의 선지자잖아요. 구약성경에도 나오고. 비가 내리게도 하고, 바알과 아세라 선지자들을 물리쳤잖아요.
엘리야 : 그래, 난 엄청나게 큰 승리의 기적을 체험했지. 그러나 그런 큰 은혜의 순간을 체험한 바로 다음 날, 난 바보처럼 죽고 싶도록 두려움에 떨었단다. 부끄럽지만, 차라리 죽여 달라고 기도했었거든...
윤미 : 아, 그럼 그 때 돌아가신거군요?
엘리야 : (잠시 당황하며) 윤미야, 너 성경을 제대로 안 읽어보았구나. (미소를 지으며) 난 곧 회복할 수 있었단다.
윤미 : (궁금해하며) 어떻게요?
엘리야 : 하나님이 천사를 보내셔서 힘을 주시고 직접 나에게 음성을 들려주셨지. 그리고 알려주셨어. 아직 바알과 아세라에게 무릎을 꿇지 않은 하나님의 사람이 칠천 명이나 더 있다고 말이야.
윤미 : (웃으며) 그랬군요! (곧 고개를 숙이며) 그렇지만... 전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못했어요. 듣고 싶지만 들려주시지 않으세요. 믿음이 부족해서 그런가봐요.
엘리야 : 윤미야, 내가 보기엔 네가 나보다 믿음이 더 좋은 것 같구나.
윤미 : (어이가 없다는 듯이) 예? 제가 위대하신 엘리야 선지자님보다도 믿음이 좋다구요?
엘리야 : 난 하나님의 기적을 직접 체험하고서도 하나님이 안 계신 것 같은 느낌에 빠졌단다. 하지만 윤미는 하나님의 직접적인 음성을 듣지 않고서도 하나님을 사랑하며 그분을 위해 살려고 노력하고 있지. 그런 면에서 여기에 모인 너희 교회 사람들도 모두 다 나보다 믿음이 좋은 거다.
윤미 : 그런데, 하나님은 왜 이런 나의 외로움과 절망을 도우시지 않으실까요? 아니, 저의 이런 배부른 고민 따위는 접어두고서라도 저 멀리 아프리카에서 굶어 죽어가고 있는 불쌍한 아이들은 왜 도우시지 않을까요?
엘리야 : 윤미야,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얼마나 아프셨을까?
윤미 : 그야, 많이 아프셨겠죠. 아주 많이요. (잠시 침묵 후) 마음도 아프셨을 거예요. 저보다 훨씬 더... 고통과 두려움과... 배신감까지.
엘리야 : 그래 맞다. 예수님은 우리가 겪을 수 있는 모든 고통과 아픔을 겪으셨지. 그런 예수님이 그 아픔을 잊어버리셨을까?
윤미 :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저으며) 아니요.
엘리야 : 그게 바로 하나님이 인간의 고통을 겪으신 이유 중 하나야. 고통을 겪어 보셨기에 예수님은 우리 모두의 아픔을 잘 이해하실 수가 있어. 또,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고통을 치료하실 수 있는 거야. 근데 윤미야, 예수님이 지금 어디 계신지 아니?
윤미 : (대답이 없다)
엘리야 : 예수님은 지금 네 안에 거하신단다.
윤미 : 제 안에요?
엘리야 : 그럼~. (잠시 침묵 후) 예수님이 왜 네 안에 거하실까?
윤미 : 예? 예수님이 왜 제 안에 계시냐구요? 그야...... 잘 모르겠는데요?
엘리야 : 바로 너를 통해 일하시기 위해서야.
윤미 : 그 얘긴 귀가 닳도록 들었어요. 하지만 하나님은 저에게 일을 시키신 적이 한 번도 없는걸요? 저처럼 이렇게 모자란 아이에게
엘레야 : (말을 가로막으며) 나보다 낫다니까!
윤미 : ... 무얼 시키시겠어요?
엘리야 : 윤미야, 아까 지하철에서 보았던 걸인이 지금 뭐하고 있는지 우리 보지 않을래?
조명 어두워지고, 걸인이 느릿느릿 등장한다. 무대의 한쪽에 조심스럽게 앉는다. 라디오를 풀어놓고 바구니에 돈을 손으로 어림 계산한다. 곧이어 무릎을 꿇고 기도를 시작한다.
걸인 : (기도에 능숙하지 않은 말투) 하나님 아버지, 오늘도 앞 못 보는 제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늘도 제게 일용할 양식을 구할 수 있고, 누워있는 제 어머니를 간호할 수 있는 돈을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천사들이 저를 많이 도와 주었어요. 그들의 손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나님.
조명 엘리야와 윤미에게
엘리야 : 이제 알겠니, 왜 예수님이 네 안에 거하시는지를?
윤미 : (자신의 손을 놀라운 듯이 살피며 조심스럽게) 정말 예수님이 저의 손으로 일하시는 거예요?
엘리야 : 그래! 정답이야. 예수님이 네 안에 계시니까 네 손이 바로 예수님의 손이고, 네 발이 바로 예수님의 발이다. 그리고 너 뿐만 아니라 이 교회의 모든 사람들, 아니 이 땅의 모든 크리스찬의 손과 발을 통해 예수님은 일을 하신다.
윤미 : (밝은 표정으로 벌떡 일어서서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이 손! 예수님은 이 손을 통해 누군가의 기도에 응답하고 계셨군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어린애처럼 계속 기적을 보여달라고 떼만 썼네요.
엘리야 : (일어서서 활기차고 큰 소리로) 간절한 일이 있니? 안타까운 일이 있니? 그 곳으로 가거라. 그게 바로 하나님의 일의 시작이다.
윤미 : 이 느낌은... 잃어버린 소중한 물건을 책상서랍에서 찾았을 때 같아요. (고개를 꾸벅 숙이며) 감사합니다. 아저씨.
엘리야 : 난 아직 장가도 안갔단다.
윤미 : 헤헤, 고마워요, 오빠~
엘리야 : 험험... 그래 난 이제 가야겠다. 그리고 윤미야, 지금 너에겐 내게 허락되었던 거룩한 칠천 명보다도 훨씬 더 많은 거룩한 동료들이 있다는 것을 항상 잊지 말거라.
엘리야 퇴장한다. 윤미 엘리야를 향해 손을 흔들어준다. 반대쪽에서 친구1,2 대화를 나누며 등장한다.
친구2 : 어, 너 여기서 뭐하냐? 같이 PC방 안갈래?
윤미 : 야, 있잖아. 너 아프리카 애들 도와주고 싶다 그랬잖아.
친구1 : 뭐, 내가 언제?
윤미 : 나도 그 아이들을 돕고 싶어. 우리 같이 조그마한 일 부터라도 시작해보지 않을래?
친구1 : 갑자기 왜 이러냐? 당장 우리나라에도 어려운 사람들 얼마나 많은데 아프리카 애들까지 돕냐?
친구2 : 야. 너 언제는 아프리카에 굶는 애들 먼저 도우라 그러더니?
친구1 : 아몰라. 귀찮아. 용돈 모자라. 아 씨-
친구1 황급히 퇴장한다. 잡으려다 멈추는 친구2.
윤미 친구2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쭈뼛거리며 몸을 움츠리는 친구2.
찬양 (돈모엔의 'Two hands One heart') 작게 시작된다. 1분30초 경부터 작게 시작
윤미 : 친구야
친구2 : 왜... 왜 그래?
윤미 : 넌 어때? 우리 같이 멋진 일 시작해보자.
친구2 : 무... 무슨 멋진 일?
윤미 : 하나님의 손이 되어 그 분 만큼이나 멋있고 근사한 일을 하는거야.
친구2 : (호기심을 보이며) 사실 나도 무언가 하고 싶은데 뭐부터 시작해야할지 몰라서 말이야. 나도... 할 수 있을까?
윤미 : (어깨를 잡으며) 그럼, 할 수 있고말고! (껴안고 등을 두드려 주며) 우리 꼭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고마워.
친구2 머리를 긁적이며 서 있고 윤미 무대 가운데로 나온다.
윤미 : (하늘을 바라보며) 하나님, 전 지금까지 기적만 바라며 아무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은 아주 특별한 사람들만 보내시는 줄 알았습니다. 근데 이젠, 제가 가겠습니다. 제가 가서 하나님의 손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제 손을 하나님께 드립니다.
찬양 소리 커지며 끝.
출처 - http://blog.naver.com/jood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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