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부활절 기간 동안 예배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짧은 성극 대본입니다.
'감람나무의 꿈'이란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음을 밝혀둡니다.
떡갈나무의 노래
등장인물 : 떡갈나무, 예수님, 로마병사1,2, 행인1,2
무대 중앙에 떡갈나무가 서 있다. 평범한 옷차림에 나뭇잎 모양의 머리띠를 하고 있어 그가 나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수님은 음성만 들리고 떡갈나무는 무대의 약간 상단을 바라보며 예수님과 대화한다.
떡갈나무 : 삼 년. 그 몹쓸 해충들이 제 몸을 마구 갉아 먹어 거의 죽어가던 저를 그 분이 구해주신지 벌써 삼 년이란 시간이 지났네요. 그 분이 아니었다면 저는 죽어서 아무짝에도 쓸 모 없는 나무로 쪼개져서 그냥 화롯불의 불쏘시개가 되고 말았을 거예요. 히힛... 그 분은 오늘도 저에게 물을 주러 오실 거예요. 어, 저기 오시네요. 헤헤 저는 언젠가 그분께 꼭 필요한 멋진 가구가 되어 드릴 거예요.
예수님음성 : (뚜벅뚜벅 발소리와 함께) 나무야. 나의 사랑하는 자야. 오늘은 기분이 좀 어떠니?
떡갈나무 : 주인님을 만난 후로 항상 기쁜 걸요?
예수님음성 : 허허... 나도 기쁘구나. 내 사랑하는 나무야. 무럭무럭 자라거라.(비내리는 소리)
떡갈나무 : 아 시원해. (비를 맞으며 기뻐한다) 주인님.
예수님음성 : 왜?
떡갈나무 : 어제 저쪽 길가에서 사람들이 주인님을 막 찬양하는 소리를 들었어요. 주인님더러 왕이라고 하는 것 같았어요. 주인님 정말 왕이세요?
예수님음성 : 네 말이 맞다.
떡갈나무 : 우와, 정말이세요? 왕이 되시면 저를 멋진 보좌로 만들어주시면 안돼요? 주인님이 항상 앉으시고 사람들이 주인님께 절을 하면 마치 제가 절을 받는 것처럼 기분이 좋을 거예요. 헤헤... 그렇게 해주실거죠?
예수님음성 : 허허허... 네가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다르단다.
떡갈나무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예수님음성 : 나는 곧 팔리게 된단다.
떡갈나무 : (놀라며) 네?
예수님음성 : (웃으며) 아니, 아니야. 놀라지 말거라. 그냥 잠깐 어디 좀 갔다가 돌아 올거야.
떡갈나무 : (실망한 표정으로) 어, 그럼 저를 이제 안 돌보아 주시는 거예요?
예수님음성 : 나무야, 너는 지금 완전히 회복되었단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 튼튼해졌어.
떡갈나무 : 그래도 안돼요. 제가 주인님께 은혜를 갚을 기회도 없었잖아요. 정말 떠나실 거예요?
예수님음성 : 사실 나도 할 수만 있다면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발걸음 소리 점점 멀어진다.
떡갈나무 : 주인님, 주인님! (대답이 없다) 저를 멋진 가구로 만들어 사용해 주셔야죠!
정적이 흐르다 잠시 뒤 행인 두 사람 등장한다.
행인1 : 야, 예수가 팔렸다며?
행인2 : 그래 그러게 말이야. 난 그저께 사람들이 하도 환호성을 질러대길래 정말 우리를 로마에서 해방시켜 줄 구세주인가 싶었는데 체포당해서 꼼짝 못하는 거 보니까 그것도 아닌가봐.
행인1 : 이번에도 가짜 왕이야?
행인2 : 그래도 끝까지 자기가 왕이라고 우긴대. 내일 십자가에 매단다고 하는구먼.
행인1 : 그래. 쯧쯧... 그거 구경이나 하러 가세.
떡갈나무 : 뭐, 팔린다고? 그게 왕이라고? 혹시... 주인님이? 아니야. 주인님은 아무런 죄도 없으신데 사람들이 죽일 리가 없어.
로마병사 두 명 등장한다. 이리 저리 둘러보다 떡갈나무를 이리저리 살핀다.
병사1 : 그래 이 떡갈나무가 좋겠네.
병사2 : 오, 그래. 튼튼하게 생긴게 십자가 감으로는 딱인걸?
병사1 : 어서 가져가세.
두 병사 떡갈나무를 들쳐 메고 퇴장한다.
떡갈나무 : 어, 안돼! 안돼!
조명 꺼졌다 밝아짐.
예수님 나무형틀을 메고 등장한다. 로마병사들이 고함을 치며 채찍을 마구 휘두른다. 행인 두 사람도 구경하며 뒤따라온다. 떡갈나무와 예수님 대사는 음향으로만 나온다.
병사1 : 꾸물대지 말고 빨리 걸어라. 이 느려터진 메시아야.(채찍질 한다.)
병사2 : 빨랑 일 끝내고 집에 가서 싸이에 사진 올려야 한단 말이다!(채찍질 한다.)
병사1 : 하나님의 아들이 이까짓 나무도 하나 못들어 낑낑대냐고!(채찍질 한다.)
병사2 : 써든어택 팀플 약속 잡아놨단 말이다!(채찍질 한다.)
병사1 : (병사2를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만 해라.
떡갈나무 : 주인님, 죄송해요. 제가 너무 무겁죠? 너무 죄송해요.
로마병사의 채찍에 예수님 쓰러진다.
떡갈나무 : 주인님 정신 차리세요! 돌아가시면 안돼요. 주인님을 위한 멋진 가구가 되어드리려고 했는데 이렇게 끔찍한 형틀이 되어 주인님께 고통을 드리다니요.
예수님음성 : 내 사랑하는 나무야. 이게 너의 일이다. 내가 너를 키운 목적이다. 너를 통해 내가 많은 사람들을 위해 피를 흘릴 수 있게 되었단다.
조명 꺼지고 떡갈나무의 대사만 나온다.
떡갈나무 대사 : 저는 많이 울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오실 거란 그분의 약속을 기억하였습니다. 그 분은 약속을 어긴 적이 한 번도 없는 분이시기 때문에 꼭 돌아오실 거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에 사람들 사이에 소문이 들려왔어요. 그 분이 다시 살아나셨다고요. 뿔뿔이 흩어졌던 제자들을 모으시고 500명이나 되는 제자들 사이에 나타나셔서 가르침을 주셨대요. 그리고 마침내 저에게도 오셨어요. (조명 강대상 뒤편의 십자가를 비춘다) 저는 지금 이렇게 흉한 모습이 되었습니다. 영광을 받는 보좌가 되지는 못했지만 저는 지금 이 모습이 더 좋습니다. 왜냐하면 이 모습이 바로 예수님이 저를 만드신 목적이고, 사람들은 저를 보며 그 분을 기억하니까요.
끝.
우리 교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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